2020. 2. 26. 17:21ㆍ투병일기.
항암을 하기 위해서 입원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포트를 또 삽입해야 하는지 몰랐다. 항암도 그냥 팔에 주사를 꽂고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간호사 분이 쇄골 쪽 만져 보면서 '포트 없나요? 삽입하시겠네요.'라고 했을 때 엄청 당황했다.
수술하면서 배에 포트 심었는데, 포트가 또 필요한가...?
필요했다. 복부에 심은 포트는 복부 항암용이었고, 전신 항암을 하기 위해서는 쇄골 쪽에 포트가 필요했다. 이렇게 또 수술실을 가게 될 줄 몰랐는데, 입원하고 다음 날 항암보다 먼저 또 수술실을 가게 됐다. 살을 또 째고, 인공혈관을 넣고 하는 게 달갑지 않았지만 앞으로 24시간짜리 항암을 5개씩 6번 맞아야 했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트 없이 혈관주사로 항암 하는 걸 상상할 수도 없다. 혈관으로 맞았다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1차 항암 하고 나서부터는 채혈도 어렵게 할 정도로 혈관이 얇아지고 숨어 들어가기도 했다.
#케모포트 삽입 시술
그래서 다음 날 항암 전에 수술실을 또 갔다. 쇄골 쪽에 심기 때문에 그쪽을 부분 마취하고 진행한다. 정신 차리고 그 소리며, 느낌을 다 겪어야 하는게 싫어서 차라리 내시경 할 때처럼 얕게 수면을 하게 해주셨으면 싶었다. 물론 온전한 정신으로 그냥 꾹 참아야 했다.
시술 자체는 15분 정도로 짧다. 가슴 정도까지 젖히고, 소독하고, 마취한다.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중간에 아픈 느낌이 나면 말 하라고 하신다. 그럼 추가 마취를 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마취가 제일 아프다.
살을 째고, 동전 크기 만한 포트를 심는데 이때 꾹꾹 누르는 게 엄청 아프다. 정말 꾹꾹 온 체중을 다해서 누르는데, 이럴거면 잠자게 해 주지ㅜㅜ 싶었다. 피인지 소독약인지 기분 나쁜 게 목 뒤로 막 흐르는 느낌이 나서 엄청 찝찝하기도 하다. 모두가 아는 단백질 타는, 살 태우는 냄새도 난다. 마취를 했어도 그런 것들은 다 느껴져서 그 느낌이 너무 싫다. 통증이라고 한다면 꾹꾹 누를 때 아픈 것, 그것만 참으면 곧 봉합하는 소리가 난다.
물론 나는 신경과에서도 감각 느껴지긴 하죠..? 안 아파요..?(좋은건지, 나쁜 건지)라고 묻는 높은 통증점의 사람이라 이 시술도 '잘 참네요~'라고 칭찬받으며ㅜㅜ 끝났다.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 정도는 다 다를 것 같다.
어쨌든 못 참을 정도로 아픈 시술은 아니고, 기분은 엄청엄청 별로인 시술이다.
시술하고 나왔을 때는 이런 모습이었다. 당일에는 이물감과 불편감이 심했다. 이물감 때문에 뭘 딱히 먹고 싶지 않은 정도의 불편감이었다. 2~3일 정도는 이물감이 있었다. 시술했을 때는 약물이 잘 들어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주사까지 꽂고 나온다. 퇴원할 때 니들은 빼고, 입원하면 전용 니들을 꽂는다. 그냥 주사보다는 조금 더 아프지만, 맞을 때 잠깐이다. 주사 맞는 내내 혈관 주사 맞을 때 느끼는 각종 불편한 느낌이 없기 때문에 훨씬 편하다.
주사만 제대로 꽂히면 약 들어갈 때는 정말 아무 느낌이 없다. 영양제도 이걸로 맞으면 뻐근한 느낌이 없다. 항암만 하는 건 아니고, 특별히 혈관이나 근육으로 맞아야 하는 주사 제외 모든 주사가 포트로 들어가기 때문에 편하다. 니들도 혈관주사는 붓거나 3일 정도 쓰면 갈아야 하는데, 포트에 꽂은 니들은 일주일도 더 쓰기 때문에 덜 수고롭다.
처음 시술하고 며칠 지나면 포트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고 일상생활 할 정도로 별 느낌이 없어진다. 가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어깨가 결릴 때 포트가 땡기는 느낌이 들고 뻐근한데, 그럴 때는 너무 뜨겁지 않은 정도로 해서 찜질을 했다.
도드라지게 보면 평소에는 위의 사진 정도로 보인다. 살이 조금 더 붙으면 포트가 좀 더 묻히기도 하는 것 같다.
+ 이런 아픈 시절도 이 때 뿐이길 바라면서 전신항암 끝나고 촬영도 했다. 사람들은 제거할 때 좀 더 수월했다고 하는데, 얼른 항암이 전부 끝나서 제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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