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7 :: 1차 항암(5-FU, 팍셀주), 부작용

2020. 2. 27. 17:21투병일기.

위 절제 수술 후에 항암까지 4주 정도 텀을 뒀다. 처음엔 집에서 꼼짝도 못 할 것 같았는데, 그 사이 조금씩 밖에서 걷고 카페나 외식(정말 신중히. 먹고 탈 나면 바로 화장실행에 몸져누워야 해서.)을 할 정도까지 됐다. 항암을 해야 되니까 잘 먹고 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수술 후 병동에 있으면서 본 항암을 하는 사람들은 씩씩하게 혼자 입원해서 길게는 3일 정도 입원 해 있다가 퇴원도 씩씩하게 했다. 어떤 분은 하루만 입원 하시기도 하고, 몇 시간 짜리 약만 맞고 가시는 분도 있었다. 그래서 항암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나도 저렇게 잘(?) 견디면서 항암을 하게 될 줄 알았다. 대체로 혈액종양외과에서 항암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난 외과에서 그대로 항암을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진행하는 항암은 복부 하루, 24시간짜리 전신 항암을 5팩 맞는 게 한번에 진행되는 스케줄이었다. 교수님은 젊은 거 믿고 빡빡하게 가 보자고 하셨고, 낫기 위해서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면 제시하는 대로 따라가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항암'하면 떠오르는 모습, 스케줄보다는 좀 더 빡빡해 보이는 항암을 하게 됐다. 

+ 혈액종양외과에 외래 연계가 돼서 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처음 보는 의사가 차트만 쭉 보더니 '좀 어려운 상황인 거 아시죠? 상황에 아주 안 좋네요. 4기고, 아마 완치는 힘드실 거예요. 가족 분들 다 알고 계시죠?'라고 했다. 수술하면서 그런 말은 듣지 못했고, 내 속을 들여다본 의사도 그런 말을 막 하지 않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을 말해야 하는 의사라지만, 본인 한 마디에 환자 마음이 얼마나 좌우되지는 좀 더 신중했으면 싶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이 말을 듣고 엄청 예민해졌다. 엄마 아빠가 수술 결과랑 상태를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고, 수술 때 내 상태 뭐라고 했는지 솔직하게 말하라고 바득바득 거리기도 했다. 엄마 아빠도 그 말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고, 우리 가족 전부 다시 외과에서 수술해주신 교수님 외래 보면서 맘이 겨우 가라앉았다ㅜㅜ. 

#항암 약, #항암 스케줄

1회기 : 7박 8일 입원(투약), 휴지기 2주

- 복부항암(팍셀주) : 3시간 투약*1팩, 투약 후 24시간 누워서 휴식(약이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자세 바꾸기)

- 전신항암(5-FU) : 24시간 투약*5팩

이렇게 주사를 맞고, 2주 휴지기를 가지는 게 1회기다. 3주가 한 세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총 6회기를 진행하고, 다시 복강경으로 안을 확인하기로 했다. 만약 혈구 수치가 감소해서 병원에 더 입원해 있는다면 집에서 보내는 휴지기가 그만큼 줄어드는 거였다. 이때는 몰랐지만 나중엔 집에 5일만 있다가 다시 항암 하러 들어가게 되기도 했다ㅜㅜ. 듣기에는 6번이 그렇게 많은 횟수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지만, 막상 24시간짜리 주사를 5팩씩 맞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ㅜㅜ.

 

#1차 항암 (2월 17일~26일)

입원하자마자는 케모포트 삽입하는 시술을 했다. 

2020/02/26 - [투병일기] - F/26 위암 투병일기 #6 :: 케모포트 삽입 시술

 

F/26 위암 투병일기 #6 :: 케모포트 삽입 시술

항암을 하기 위해서 입원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포트를 또 삽입해야 하는지 몰랐다. 항암도 그냥 팔에 주사를 꽂고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간호사 분이 쇄골 쪽 만져 보면서 '포트 없나요?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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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항암(팍셀주)

항상 복부 항암을 먼저 진행했다. 주사는 배에 있는 포트로 직접 들어간다. 복부 항암은 흔히 생각하는 항암 했을 때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제대로 들어가면 3시간 만에 약이 훅훅 들어간다. 

약은 금방 들어가지만 약이 배 안에서 잘 퍼질 수 있도록 자세를 자꾸 바꿔 주는 게 중요하다. 24시간 정도 최소한으로 일어나고 누워 있어야 한다. 왼쪽으로 누웠다 오른쪽으로 누웠다 똑바로 누웠다 잘 바꿔주는 게 좋다. 

#전신 항암(5-FU)

문제의.... 전신 항암.

전신 항암 및 항생제, 기타 부작용 방지 약들은 다 새로 심은 쇄골 쪽 포트로 맞았다. 전신 항암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어서 주사를 맞는 순간 막 구토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물론 그 정도는 아니었고, 주사가 누적될수록 부작용도 커졌다.

용량은 훨씬 작은 전신항암 약. 저걸 24시간 맞다보면 계속 쳐다보게 된다. 작아도 정말 너무 독한 약.

전처리로 맞는 약들 중에는 5분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지는 이뇨 작용하는 약도 있었다. 투병하면서 약도, 몸도 참 신기하단 생각을 자주 한다. 

2팩 정도 맞을 때까지는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약간의 울렁거림과 매스꺼움 정도만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울렁거려'라는 말 같다. 1차 때 주사 맞을 때까지만 해도 오심이 있을 때 말을 하면 그때그때 잡아주는 주사를 맞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주사가 쌓일수록 오심은 점점 심해져서 거의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림이 너무 심하고, 구토로 이어지기도 했다. 병원에서 다른 환자 분이 추천해 주셔서 자몽주스를 마시면서 1차를 버텼던 것 같다. 나중에는 병동 복도를 한 바퀴 도는 것도 힘들고 어지러울 정도였다. 

1차 때는 주사를 맞을 때보다 퇴원 후가 더 힘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혈구 수치 감소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ㅜㅜ. 병동에서 만난 먼저 항암 시작하신 환자분이 주사 다 맞고 절대 바로 퇴원하지 말라고, 퇴원하면 더 힘들다고 하셨었는데 그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몰랐다. 퇴원하라는데 저 더 아파질 것 같으니까 좀 더 있을게요^^라고 할 수도 없었고, 정말 병원에 하루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퇴원 후에 정말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1차 때는 퇴원 때 이렇다 할 약도 없이 퇴원을 했다. 주변에서 보던 가족들도 숨을 이렇게 못 쉬는데 괜찮은 건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렇게 집에 두 밤 자고 결국은 응급실을 갔다ㅜㅜ.

혈구 수치 감소 등등 부작용 관련해선 다음 포스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