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8 :: 항암 후 혈구 수치 감소, 응급실 & 재입원

2020. 2. 29. 15:25투병일기.

 

병원에서 1차 항암 주사를 맞을 때까지만 해도 못 견디게 힘든 느낌은 아니었다. 문제는 퇴원 후였다.

병원에서도 뭘 먹을 수 없었는데, 퇴원 후에 집에 왔을 때는 오심, 울렁거림이 너무 심해서 정말 아무것도 입에 댈 수 없었다. 병원에서와는 달리 영양제를 맞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도 먹었어야 했는데 겨우 목으로 넘길 수 있는 건 미역국 국물, 숭늉 정도였고 그마저도 한 입 먹으면 바로 구토로 이어졌다.

퇴원한 날 밤에 도저히 잘 수 없고, 손을 까딱하는 것 조차 힘들었다. 점점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때는 정말 항암이 이런 건가, 계속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다들 이렇게 항암을 하는 건지, 이렇게 죽을 것 같은 상태로 2주를 버티다가 다시 항암을 하는 건지 몰랐다. 퇴원 안내서에 발열이 있을 때 응급실 내원을 하라고 했는데, 발열이 없었기 때문에 응급실을 가야 하는 건지 고민했던 것 같다. 

28년 동안 대학병원은 물론 응급실도 한 번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은 사고가 나거나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이었다. 항암이 힘들다고들 하니까, 지금 나처럼 힘든 것도 그냥 집에서 견뎌야 하는 상황인 줄 알았다. 

퇴원 후 집에서 이틀 밤을 보내면서 한 숨도 잘 수 없었고, 호흡이 가빠지고 온 몸이 아파서 창문만 보면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렇게 아픈 거면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계속 흔들리는 배 위에 있는 것 같았다. 뱃멀미 x1000000000000000000 정도의 느낌이라고 해도 표현이 모자라다. 울렁거림과 가슴이 답답하고 조여 오는 느낌이 심했다. 핸드폰도 들 수 없을 정도였다.

방에서 화장실을 기어 가다가 기절을 하고, 움직일 수 없어서 그 채로 누워서 잠을 자기도 했다. 우리 가족 전부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기 때문에, 또 항암이 쎄고 힘들 거라고 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증상인 줄 알았다. 

퇴원하고 이틀 째 되던 날 정말 이대로 있으면 죽을 것 같았고, 응급실에 가보자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이때의 기억이 흐릿하고 거의 의식이 통째로 날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항암 퇴원 후 응급실

항암 퇴원 후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힘들면 무조건 응급실에 가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간 응급실에서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런저런 검사와 피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두 시간 동안 꼼짝없이 누워서 울기만 했던 것 같다. 

응급실 안 격리실

이때는 첫 항암 후였고, 갔을 때 일반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밖에서 두 시간을 누워 있었다(요즘 응급실을 가면 그동안 계속 항암 후에 면역력 저하가 왔던 내 기록 때문인지 바로 격리실로 간다.). 오심 부작용을 막는 주사도 아무 효과가 없었고,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힘들기도 했다. 

두 시간 후에 아무 설명 없이 지금 당장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왜? 또? 싶었지만 너무 아팠기 때문에 바로 입원했다. 이때 혈구 수치가 100에 못 미쳤다.

항암 부작용으로 구토, 무력감 등등은 들어 봤지만 혈구 수치 감소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맞는 5-FU는 부작용이 혈구 수치가 감소하는 거였다. 백혈구 죽는게 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정말 사람이 백혈구 덕분에 살아간다고 생각할 만큼 피수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제는 혈구 죽는 느낌이 뭔지도 알게 됐다.... 모든 부작용 중에 제일 끔찍하다. 심지어 탈모보다도 더 싫고, 더 끔찍하다. 

퇴원 기준인 혈구 수치 최저선은 1000이다. 그런데 퇴원 후 죽을 것 같이 힘든 이틀 밤 사이에 혈구 수치가 계속 감소했나보다. 입원을 했을 때는 혈구 수치 100이하였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라 조치가 필요했다. 1인 격리 병실에 들어가고, 나와 보호자 모두 마스크하고, 밥도 면역식이 나왔다. 물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조혈제 주사는 엄청 아픈데, 늘 세 대를 맞았다. 이때는 너무 정신 없이 아파서 주사가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혈구 수치가 감소했을 때 더 할 수 있는 조치는 없고, 이제는 부작용 방지 주사들과 더 심할 때는 마약성 약물을 맞으면서 수치가 오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조혈제를 맞는다고 바로 수치가 오르는 게 아니고, 몸이 피를 열심히 만들도록 하는 주사기 때문에 허리나 등, 몸이 전부 아프다. 아프고 나야 겨우 수치가 오른다. 이때는 1차 항암 후였고, 수치가 오르고 퇴원까지 3일 정도 걸렸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6차로 갈수록 회복 기간이 늘어났다.

끔찍하게 아팠는데, 여러 주사들 맞고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살아났다. 이때 퇴원 할 때는 약을 한 뭉탱이 들고 퇴원했다. 집에서 쉬는 휴지기는 일주일 반 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 잘 먹고 몸을 만들어야 다음 항암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뭐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미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