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5 :: 덤핑증후군(퇴원 후 증상, 관리)

2020. 2. 24. 19:58투병일기.

#퇴원

복강경 수술은 보통 퇴원이 빠르다. 나는 아직 괜찮지 않은 것 같지만, 걸어 다닐 수 있게 되고 먹을 수 있게 되고 피 주머니 빼고 나면 퇴원이다. 퇴원 전에 식사 관련해서 교육까지 받고, 처음 입원한 지 근 한 달만에 퇴원했다. 집이 정말 너무너무 그리웠다ㅜㅜ. 퇴원 후에 더 아플 줄은 몰랐지만.

#퇴원 후 제일 힘들고 낯선 증상, 가스.

위 절제를 하고 나면 뿡뿡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근데 문제는 가스가 차는 게 장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스가 찬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곳들이 아프다. 기존에 장에 가스가 차서 더부룩하고 빵빵하고 아픈 그런 느낌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치골, 장골, 항문, 갈비뼈 바로 아래, 쇄골까지 가스가 찬 것 같은 통증이 있다. 두껍고 긴 바늘로 찔린 것 같기도 하고, 뭐라고 그 통증을 잘 설명할 수가 없다ㅜㅜ. 어떤 규칙이 있어서 아픈 것도 아니고, 불규칙하게 불특정 한 곳이 갑자기 아프다. 

처음 이 통증이 있을 땐 집에 와서 샤워하던 중이었는데, 발을 한 발자국 떼는 것도 아프고 앉는 것도 눕는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처음으로 소리를 막 질렀던 것 같다ㅜㅜ. 무엇보다 이런 증상과 통증이 있을 거라고 아무도 말을 안 해줬기 때문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닌지 공포감이 들기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렇게 아프면 힘들더라도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서 누웠다. 뜨거운 팩으로 찜질을 하고, 발 마사지를 많이 했다. 다른 곳은 건들 수도 없게 아프기도 하고, 쇄골 같은 곳이 아프기 시작하면 숨을 쉬기만 해도 아파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통증이 없을 때 열심히 걷는 게 그나마 예방법이라면 예방법이었다.

일주일 정도는 뱃속에 장기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이어서 인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우르륵우르륵 장기가 움직이는 불쾌한 느낌이 선명하게 난다. 거기에 가스까지 차면 정말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게 누워 있는 것 밖에 없기도 했다. 

모션배드로 침대도 바꿨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제일 잘 한 일 중 하나다. 가끔 움직일 수도 없이 아플 때 편한 자세를 찾거나 쉴 때 도움이 된다. 

 

외래는 퇴원하고 일주일 후였는데, 신기하게도 외래 갈 때쯤엔 조금 사람이 됐다. 외래 갈 때쯤 통증도 좀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이렇게 저렇게 여기저기 아팠다고 앓는 소리를 했는데, 당연한 거라고 하셨다...ㅎㅎ 

처음 수술하고 1년이 조금 더 지났지만, 가스가 차는 통증은 아직도 간헐적으로 있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항암을 하고 나면 일주일 정도 더 심해지기도 한다. 1년 내내 달고 산 통증인데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아픔이다.


#덤핑증후군

위암 수술을 할 때부터 후에 생길 수 있는 증후군으로 덤핑증후군에 대한 얘기는 계속 봐왔다. 병원에서도 간략하게 안내를 해 주지만 본인이 겪어보지 않으면 통증이나 증상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글자로 오심, 구토, 설사, 복통, 어지러움, 근무력 등등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거랑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오심, 구토, 설사, 복통, 어지러움, 근무력 감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게 무척 달랐다. 

안내는 초기 덤핑증후군, 후기 덤핑증후군을 나누고 증상을 나누며 대처에 대해서도 다르게 제시한다. 근데 그냥 먹으면 계속 아프다...ㅎㅎ 초기, 후기 굳이 나눌 것 없이 오심, 구토, 설사, 복통, 어지러움, 근무력 감 등등이 다 있었다. 수술 후 초반엔 오심과 설사가 특히 심했다. 먹으면 바로 화장실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하게는 하루에 6~8번 설사를 할 때도 있었다. 후엔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뭐라도 막 먹어야 할 것 같은(저혈당 느낌이랑 비슷했다.)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항암을 하면서부터는 먹기만 하면 식은땀이 나고 몸이 더워지면서 힘이 쭉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심은 늘 심했다ㅜㅜ. 

여러 약을 처방받아서 식사 전후로 꾸준히 먹었지만, 약을 먹는다고 해결되는 정도의 증상이 아니다. 특히 초반에는 약을 먹어도 뭔가 먹고 나서 오는 덤핑증후군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1년이 좀 지난 지금에야 약을 먹으면 증상이 잡히는 정도가 되고, 빈도와 강도도 좀 줄어들었다. 

할 수 있는 대처는 더 천천히, 더 조금씩 자주 먹는 거다. 근데 정말 할 수 있는 한 더 조금씩 천천히 오래 씹어 먹어도 아팠다. 먹는 게 자유롭지 않고, 먹기만 하면 아프니까 먹는 게 싫어지고 무서워지고 답답하고 여러 우울한 기분이 든다. 입에 맞는 음식이라도 먹으면 예전의 기억이 있어서 잘 먹게 되는데, 먹고 나면 너무너무 힘든 증상을 감당해야 했다. 조금만 과식을 해도 탈이 심하게 나서 먹고 후회하고 울고 반복했던 것 같다. 위암 진짜 너무 불행해...

어쨌든 약도, 내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시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무서워하지 않고 계속 먹어야 한다는 것. 살려면 먹어야 한다는 것 같다. 

먹는게 좀 괜찮아지고 부터는 1인용 자이글에 딱 이렇게 먹었다. 이 정도면 배터지는 식사 끝!


+ 퇴원하고 1~2주 정도 지나고 나니 일상생활할 정도가 됐다. 한 달 쉬고 항암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때 여러 준비하면서 긍정적으로 보내려고 노력했다. 조금씩 나가서 걷기도 하고, 길었던 머리도 항암 대비 단발로 싹 잘랐다. 항암 하고 좀 천천히 빠질 줄 알고 단발로 잘랐는데, 1차 항암 후에 다 빠져버렸다...ㅎㅎ...(제일 우울했던 이때 얘기는 나중에.) 

+ 복강경으로 수술하고 난 상처는 잘 아물었다. 1년 지나니까 좀 흐려진 상처도 있다. 처음 수술 후에 복부에 항암을 1회 하고 나왔는데, 항암제가 들어가면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서 포트가 있는 곳만 조금 벌어졌었다. 맨 정신에 스테이플러 박는 것도 따끔따끔하긴 하지만 자지러질 정도는 아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항암이 그렇게 힘들 줄.

+이전 글은 아래 링크에서:)

2020/02/23 - [투병일기] - F/26 위암 투병일기 #4 :: 위암 수술 후 일주일(회복, 식사)

 

F/26 위암 투병일기 #4 :: 위암 수술 후 일주일(회복, 식사)

# 위암 수술 후 일주일 밤 9시 반에 수술실에서 나왔는데, 다음 날 새벽 5시에 엑스레이 찍으러 가야 하는 건 모든 환자 공통이었다. 진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인 것 같다. 폐결절 수술하고 무리하게 걸어서 엑스레..

mmmolip.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