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 :: 증상, 진단부터 입원까지

2020. 2. 11. 23:33투병일기.

 

증상

남들처럼 그냥 위염 정도로 배가 아픈 줄 알았다. 2018년 2월에 건강검진으로 내시경을 했지만 위염 정도고, 깨끗하다고 했기 때문. 위가 쥐어 짜듯이 아픈건 그냥 스트레스와 식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추워지면 그냥 좀 더 아픈 것 같은 느낌? 겔포스 같은 약을 먹거나 그래도 아플 때는 내과에서 받은 약을 먹으면 통증이 금방 사라지는 정도였다. 주변 친구들, 대학원 사람들 중에 이 정도 복통은 누구나 달고 사는 것처럼 보여서 나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위염은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하니까.

'신경성'이라는 말은 갖다붙이기 좋은 말이었다. 내시경을 한 후에는 정말 병원에 갈 틈이 없이 바빴다. 그러는 사이에 복통은 약을 먹어도 가라앉지 않을 정도가 됐다. 위가 쥐어 짜듯이 아프고, 통증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공복에 미친듯이 아프고 음식이 들어가면 조금 견딜만 했다. 그것도 점점 먹어도 가라앉지 않을 때가 많았다. 통증으로만 치면 건강검진을 한 뒤로 3개월 정도 아무 통증 없이 괜찮았고, 9월부터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정도로 치면 위가 아프고 등이 너무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통증에 둔감한 편이고, 다 잘 참는 편이었는데도 정말 너무 아프다 싶은 복통이었다. 결국 학기가 끝나고 부모님과 함께 간 여행에서도 아파서 뒹굴었다. 평소 같지 않게 아파하는 걸 옆에서 본 엄마가 입국하자마자 내시경을 할 수 있게 예약했다(19년 1월).

+ 몸무게는 10개월 정도에 걸쳐서 7키로 정도가 빠졌다. 하필 딱 이 시기에 난생처음 운동을 등록해서 했기 때문에 살 빠지는 게 운동 효과라고 생각했다ㅜㅜ 그리고 살이 빠져서 몹시 신났었음. 

 

로컬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

복통으로 자주 약을 타던 병원에서 내시경을 했다. 선생님은 그동안 위는 꼭 내시경을 검사해 봐야 한다고, 약을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고 이렇게 자주 아프면 위는 아플 때마다 내시경을 해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말을 안 들은 내 잘못이었다ㅜㅜ.

이전에 줄곧 비수면 내시경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수면으로 내시경을 했다. 잠 드는 것도, 깨는 것도 번거롭고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했던 비수면 내시경이 이전에는 견딜만 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위가 아픈 상태에서 비수면 내시경을 하니까 이전과는 다르게 너무너무 아프고, 길고 힘들었다. 다섯 번 정도 조직을 떼어 내는데 그 때마다 조직을 떼어내는 줄이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해야 했고, 그만큼 내시경 받는 시간도 길어졌기 때문. 검사 후에 말씀하셨지만 이렇게 아플 때는 수면을 추천하신다고 했다..ㅎㅎ...

상태를 바로 확인했는데, 한 눈에 봐도 너무 심각한 사진이었다. 내 위에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한 웅텅이 파 놓은 것 같은 홀이 있었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던져 놓은 것 처럼 헐어 있었다. 선생님은 상처가 5센치 정도 된다고 했고, 어리지만 본인 경험 상 위암일 가능성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하셨다. 

+ 나도, 사진을 같이 확인한 엄마도 어느정도 위암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 그냥 보기에도 상처가 너무 크고, 심해 보였다. 일주일이 그렇게 초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 위와 함께 등 쪽이 많이 아팠어서 로컬에서 할 수 있는 초음파 등 검사를 다 했다. 췌장이 조금 부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지만 다른 큰 문제는 없었다.

 

로컬 병원에서 위암 진단

무서운 몇 줄로 설명되는 내 상태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셨는데, 일주일이 되기 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결과가 나왔으니 빨리 와서 확인하시라는 말이었는데, 왜인지 갈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과는 암이었고, 젊을 때 생긴 암일수록 퍼지는 게 빠르니 당장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같은 암도 모양이 다 다른데 말발굽 형태가 제일 안 좋다고 말하시면서 나한테서 하필 그 모양이 나왔다고 하셨다. 대학병원 의뢰서와 내시경 및 초음파 결과를 담은 CD를 주셨다.

+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아픈 사람 같았다. 약을 먹어서 평소에 비하면 전혀 아프지 않은데도 그랬다. 대학병원에 한 번도 가 본적도, 로컬에서도 입원 한 번 해 본적이 없었는데 어떤 시스템으로 병원이 움직이는지도 몰랐다. 당장 수술하는 줄 알고 진단 받은 그날 한 일은 네일 쏙이었다(어디서 본 건 많아서). 조금 울고나서 네일 쏙을 받는데 상황이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대학병원 외래

다음 날 소화기 내과로 외래를 갔다. 암이면 외과를 가야할 것 같았는데, 순서가 내과 먼저라는 것도 몰랐을 만큼 무지했다. 대학병원을 가자마자 뭔가 진행이 될 것 같았는데, 의사는 결과 CD를 보면서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 처럼 이건 몇 기고, 언제 수술을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은 당장 순서가 아니었다. 

당일에는 배드가 없어서 입원할 수 없었고, 다음 날 입원해서 다시 모든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교를 위해서 로컬에서 진행했던 조직 검사 조직 슬라이드 빌려오라는 것까지 해서 끝.

+ 난 심지어 짐도 다 챙겨서 갔다. 다시 생각해보면 김칫국도 그런 김칫국이 없었음ㅎㅎ. 외래 진료 보고 나서야 병원 시스템이 이런거구나... 했다. 내 자리도 없는데 짐부터 챙기다니ㅜㅜ... 그리고 사람이 그렇게 많을수가 없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암인걸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