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4. 22:08ㆍ투병일기.
#위암 수술 준비
내과 병동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거의 누워있었는데, 외과 병동 풍경(?)은 사뭇 달랐다. 사람들이 다 복도를 열심히 돌고 운동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낯설었던 풍경에 나도 곧 동참하게 될 줄은 몰랐다ㅜㅜ(걷는 게 최선의 처방이고 최선의 할 수 있는 일이었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ㅜㅜ)
위 절제는 복강경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입원 후에 여러 검사에 수술 때문에 거의 하루 걸러 금식을 했는데, 사실 뭘 먹어야 하는 것보다 금식이 더 편했다. 병원밥이 워낙 별로기도 하고... 괜히 위암인 것이 다른 걸 먹기로 껄끄럽고 하기 때문. 물론 나는 평생 동안 밥 거르는 게 가장 쉬웠던 안 좋은 습관이 있기도 했다(내 위에 별로 할 말이 없다... 심하게는 6일씩 밥 안 먹고 간헐적으로 폭식하고 했던). 어쨌든 누워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안 먹는 게 편했다. 금식이 힘드신 분들은 이 과정도 힘드실 것 같다.
그럼에도 힘든 건 물을 안먹는 거였는데, 물이란 건 정말 마시지 말라고만 하면 더 마시고 싶은 것ㅜㅜ 그래도 수술 전 날 노엔피오를 밥 대신 준다. 두 캔 주셨던 것 같다. 맛은 추억의 음료 이프로 비슷한 맛이 난다. 캔음료 싫어하지만 약간 하늘에서 내려온 유일한 생존 키트 같았다ㅜㅜ(그리고 이후에 뉴케어를 혼자 미워하게 됨. 이때는 물론 몰랐다.)
위암 수술 준비물은 수술 전날 말씀해 주셨는데, 특별할 건 없고 다른 수술 준비물과 비슷하다. 수술 후에 소변줄을 하고 나오기 때문에 소변 비우기 위한 소변통이 필요하고, 폐기능을 빨리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아래 사진같은 호흡 연습기(?)가 필요하다. 병원 안에 있는 의료기 상사에서 사면된다. 나중에 다른 환자 분들 사 오시는 걸 보니 모양은 천차만별인 것 같다. 이걸 수술 전에도 미리 연습해 놓으면 좋다는데 그것마저 너무 힘듦... 수술하기 전에도 어려운데 수술하고 나서는... 하... 내 폐기능 왜 이러지?
수술 전에는 압박 스타킹도 주셨는데, 수술이 늦다면 될수록 늦게 입으시는 걸 추천하고 싶다. 어쨌든 수술 전에만 신고 있으면 된다. 설레는 마음에 일찍 신었다가 다시 벗기도 애매하고, 답답하고^^;;;
#위암 수술(복강경)
하루에도 같은 방법으로 위 절제 수술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나이도 성별도 다양했다. 간호쌤피셜 나는 나이와 중증도(?)에 밀려서 그날 꼴찌 순번이었다. 수술 기다리는 게 정말 하루 종일 너무 힘든 부분이었다... 어쨌든 5시에 수술 들어가서 밤 9시 반이 되어서야 나왔다.
중증도에 밀렸다던 내 위는 CT로 확인했을 때보다 상태가 안 좋았다. 처음에 들어가기 전에는 절제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열고 들어가 보니 작게 두 군데 퍼져있었고 위치 상 복강을 뚫고 나갔다고 판단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냥 덮을지, 항암을 진행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수술 중에 아빠가 수술실까지 들어왔다 나갔다고 했다. 만약의 경우(항암이 필요한 경우) 진행하기로 미리 이야기를 나눴었고, 물론 난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수술 끝나고 나와보니 배에 항암 진행을 위한 포트가 삽입되어 있었다. 아직도 딸 수술 중에 들어와서 평생 안 봐도 됐을 딸 장기 속을 봐야만 했던 아빠한테 미안하고ㅜㅜ그렇다..
배꼽까지 여섯 군데를 찢었고, 다른 부분은 다 손 한 마디보다 작은 상처들인데 포트를 삽입한 부분만 조금 긴 상처가 있었다. 위는 70% 정도 절제했다고 했다.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고, 2기 아래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4기에(뚫고 나가면 그냥 다 4기라고.. 기수는 이제 크게 의미 없다고 하셨지만 하필이면 최악의 결과인 게 참..ㅎㅎ) 전신 항암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술이 잘 끝났어도 가족들이 다 공황상태였다.
꼴찌 수술이라 밤새 거의 잘 수 없었다. 소변줄 불편하고, 다리 압박 스타킹 불편하고, 배는 찢어질 듯 아팠지만 수술 자체는 폐결절 수술보다 통증이 크진 않았다(체감상!). 같은 전신마취여도 호흡이 폐 수술보다 금방 돌아왔던 것 같다. 그래도 무통주사를 밤새 얼마나 눌렀는지ㅎㅎㅜㅜ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항암 할 생각에 밤새 울었던 것 같다ㅜAㅜ 그래도 이때까지는 항암이 그렇게까지 힘든 건지 몰랐지... 까짓것 하면 되지! 생각했던 패기롭던 과거의 나...
https://mmmolip.tistory.com/17
https://mmmolip.tistory.com/16?category=894284
'투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F/26 위암 투병일기 #5 :: 덤핑증후군(퇴원 후 증상, 관리) (0) | 2020.02.24 |
---|---|
F/26 위암 투병일기 #4 :: 위암 수술 후 일주일(회복, 식사) (0) | 2020.02.23 |
F/26 위암 투병일기 #2 :: PET-CT, 폐결절 조직 검사(수술) (0) | 2020.02.12 |
F/26 위암 투병일기 #1 :: 증상, 진단부터 입원까지 (0) | 2020.02.11 |
수술(위암) 입원 준비물, 항암 준비물 리스트 (0) | 202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