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2 :: PET-CT, 폐결절 조직 검사(수술)

2020. 2. 12. 19:34투병일기.

 

내시경, CT, PET-CT

외래 다음 날 소화기내과로 입원했다. 입원은 간단했고, 당장 다음 날 검사는 내시경과 PET-CT였다. 내시경 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확인을 위해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새벽부터 대장 내시경을 위한 약을 먹었는데, 진짜... 그 물 마시는 게 이렇게까지 고통일 줄이야ㅜㅜ 처음 먹어보는 약이었는데, 먹고 복도 걷고 화장실 가고를 셀 수 없이 반복하니까 몸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지쳐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음ㅜㅜ

 

환자복 입고, 팔에 주사를 꽂고 나면 환자가 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나는 병원에 있는 그 어떤 사람보다 건강한 것 같은데 여기 누워있는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별별 기분이 다 들고, 별별 생각이 다 드는 병원에서의 밤.

 

입원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검사들은 검사실에서 불러주는 순번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진행될지 모른다. 검사하다가 지쳤다는 어른들 말을 온몸으로 체감하면서ㅜㅜ 검사실에서 불러주길 기다려야 한다. 금식인 상태에서 이게 은근히 시간이 안 가고, 괜히 잘 마시지 않던 물도 더 먹고 싶고 그랬다.

새벽에 제일 일찍 CT를 먼저 찍었다. CT가 늘 나에겐 해당 없는 거대한 검사일 줄 알았는데, 조영제 맞고 몇번 숨 쉬고 참으면 끝나는 검사였다. 조영제 맞을 때의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나쁨만 참아내면 금방 끝난다. (뭔가 허탈한 기분, 지금은 CT 찍고 검사 결과 들으러 가는 게 은근히 떨리는 일이 되었지만.)

이어서 수면으로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을 했고 다음 날 회진에서 대장 내시경 결과는 깨끗하단 답을 들었다. 위는요? 하고 물어봤지만 '위는 뭐 안 좋죠..'라고. 위는 수술을 해 봐야 더 정확한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PET-CT는 그냥 CT보다 오래 걸리는 검사였다. 조영제 맞을 때처럼 기분 나쁜 느낌은 없었지만, 약 맞고 한 시간 누워 있어야 했고 검사도 30~40분 정도 걸렸다. 

문제는 결과였는데, 폐에 전이로 보이는 기포 방울이 보인다고 했다. 위를 수술하는데 앞서 이게 암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먼저 필요했고 다음 날 급하게 폐 수술이 잡혔다. 온 가족이 말 그대로 패닉이었다. 위 결과를 들었을 때보다 더 당황했던 것 같다. 우리는 다 위는 그냥 절제하면 되겠거니, 하고 좋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이라면 어떻게 치료해 나가야 하는지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 폐 수술이 잡혀서 급하게 호흡기 쪽 검사를 추가로 했다. 진짜 그렇게 어렵고 못 할 수가 없음... 후우---- 부세요 더더더더더 대체 왜 못하는 건데ㅜㅜ 10번도 더 다시 했다. 어지러움 극치ㅜㅜ

 

폐 결절 조직 검사(수술)

폐에 보이는 공기 방울 같은 것들은 말하자면 결절이고, 조직 검사를 목적으로 하는 거지만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일단 수술이었다. 폐쪽 수술 중에서는 가장 간단하고 2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는데, 한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수술이야 마취제 들어갈 때 아파요, 하는 말과 함께 기억이 있을 리 없고ㅎㅎ 깨 보니 겨드랑이 아래 호스가 끼워져 있고 피 주머니가 걸려 있었다.

나중에 보니 세개의 상처가 나 있었고, 몹시..... 아팠다. 그냥 순수한 통증의 정도로는 위 절제 수술 보다도 폐 조직 검사가 더 아팠던 것 같다. 일단 숨 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수술하고 나와서는 이렇게 숨을 쉴 수가 없는데 산소호흡기가 없다고ㅜㅜ? 죽을 것 같은데ㅜㅜ???? 이런 상태였다. 

전신 마취였고, 폐 조직을 떼어낸 거기 때문에 숨 쉬는게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냥 의식적으로 숨 쉬고 나오지 않는 기침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진짜 그럴 때마다 찢어질 듯이 아팠다.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웃기지 마ㅜㅜ 웃으면 너무 아파ㅜㅜ' 였던 것 같다. 다음 날 새벽에 엑스레이 찍으러 걸어 가는 게 제일 힘들었다.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데 30분 걸림. 다음 날 까지는 통증이 꽤 있었고, 그다음엔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어쨌든 결과는 다행히 암이 아니었다. 수술 할 때까지만 해도 전이로 보이고, 수술하고 나와서도 육안으로 보기엔 암인 것 같다고 하셔서 결과가 안 좋아도 받아들이자고 하고 있었는데 일주일까지 안 걸리고 생각보다 빨리 나왔던 조직 검사 결과가 다행히 문제없었다:)

드디어 위 수술 할 수 있게 됨ㅜㅜ 입원하고 일주일 만에 소화기외과로 트랜스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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