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0 :: 항암(5-FU) 탈모, 셀프 삭발, 항암모자

2020. 3. 4. 19:54투병일기.

#항암 후 탈모 시작

내 항암 약(5-FU)은 얼마나 쎈지, 1회 차 24시간짜리 약을 5팩 맞은 뒤 퇴원하자 머리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머리카락만 빠지지 않았다. 온몸의 털이 다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회차 항암 후에는 정말 걷잡을 수 없이 빠졌다. 그동안 빠진다는 걸 빠졌다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돌돌이를 끼고 살았고, 무서워서 어디 함부로 머리를 뉘일 수가 없었다. 한번 눕고 일어나면 정말 베개가 초토화가 됐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를 말릴 때 모두 정말 끝도 없이 빠졌다. 이렇게 빠지다가 알아서 다 빠지는 거 아닐까 싶어서 미용실에 가지 않았는데, 정말 많이 빠질 때는 머리가 다 엉켜 버려서 그냥 셀프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짧게 잘라도 빠지고 빠지고 빠지고 남은 생명력 강한 머리들이 남아 있었다. 퇴원하고 2~3일 사이에 머리가 막 빠져버리니 너무너무 우울했다. 듬성듬성 머리가 남아 있는 것도 너무 보기 싫었다. 

 

 

그래서 바리깡을 샀다. 쿠팡에서 로켓 배송되는 걸로 그냥 얼른 샀다. 영유아들에게 쓴다고 해서 그럼 환자한테도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샀다. 혼자 쓰기에도 전혀 어렵지 않았고, 사용하는데 두피가 아프거나 하지도 않았다. 바리깡이 소리는 무서운데, 최소로 잘리는 미리리터가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혼자 밀 수 있었다. 바리깡으로 다 깎이지 않는 부분은 그냥 면도기로 밀었다. 이날 혼자 아저씨의 원빈이 됐다가 스님이 됐다가 했던 것 같다. 

사용했던 바리깡

탈모가 진행되던 며칠 동안 정말 너무 우울했는데, 막상 삭발을 하고 나니 너무 후련하고 편했다. 머리가 듬성듬성 있을 땐 스스로 골룸처럼 느껴졌는데 삭발하니 더 나아보이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돌돌이 들고 다니며 고생하지 말고, 진즉 삭발할 걸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근데 이것도 다 미련 없이 울고 하나하나 과정 다 겪어 봤으니 할 수 있는 말 같다. 

삭발 전후

길었던 머리를 항암 대비해서 단발로 잘랐던 거였는데, 이렇게 금방 빠질 줄 몰랐다. 삭발 전 머리숱을 보니 왜 그렇게 빠져도 빠져도 계속 빠지고 머리가 남아 있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전신항암 끝나고 지금은 다시 열심히 머리가 나는 중이다. 정말 안 자랄 것 같던 머리가, 약 중단하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쏙쏙 나기 시작했다. 

 

 

#항암 모자/비니

항암 모자와 비니는 힐링햇에서 구매했다. 항암 모자라고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나오기도 하고, 후기도 많고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서였다. 모자와 가발이 탈부착 가능한 모델들이 편해보이고 끌리기도 했는데, 가발을 따로 많이 사서 패스했다. 지금 있는 가발만.... NN개... 

2020/03/11 - [투병일기] - F/26 위암 투병일기 #14 :: 항암 중 쓰고 있는 가발 추천(핑크에이지, 매그미)

 

F/26 위암 투병일기 #14 :: 항암 중 쓰고 있는 가발 추천(핑크에이지, 매그미)

항암 시작하고 곧바로 머리가 빠지면서 제1 관심사는 가발이 됐다. 병원에 2주씩 있고, 집에서 쉬는 휴지기는 일주일에 어딜 돌아다닐만한 체력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머리에 대한 욕심이란ㅎㅎ. 살면서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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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탈부착된 모델은 고가이기는 하지만 좀 더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라면 정말 편하게 쓰실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몸이 좀 괜찮아졌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리 널널하게 착용해도 두피를 조이는 가발과 모자를 함께 쓰는데 답답하고 머리가 아플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 가발들이 아무래도 여름에 몹시 덥다. 머리가 없는 상태에서 써도 덥다.

구매한 건 여름 용 이너 두건(비니)와 가장 기본 비니다. 겨울 외출용 두툼한 챙이 있는 모자도 하나 샀다. 셋 다 치료하는 내내 야무지게 잘 썼다. 5~6시가 다 돼서 구매를 했는데, 다음날 총알 같은 배송이 왔던 게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아픈 경험이 있는 분들이 하시다 보니 더 신경 써 주시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구매한 비니들

나는 의외로 삭발한 뒤가 더 마음이 편하고 삭발도 마음에 들어서ㅎㅎ 입원해서 지내는 동안에는 거의 비니를 쓰지 않았다. 아픈 동안 식은땀도 정말 많이 나고, 2주씩 입원해 있는데 혈구 수치 떨어지고 극도로 아플 때는 편한 비니 마저도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머리가 애매하게 자라고 있는 지금이 더 비니에 손이 많이 가는 것 같다. 이 짧은 머리는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병원 안에서는 정말 삭발일 때가 더 편했다. 그래도 열심히 자라주렴 머리카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