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읽고 듣고 보고 결산

2020. 3. 1. 17:37기록.

 

2월은 시작부터 코로나로 불안불안했다. 면역력 쪼랩이기 때문에 병원 말고는 최대한 외출 없이 지냈다. 그래서 방구석 1열, 안방 1열, 집구석 1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왠지 더 많이 봤어야 할 것 같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본 콘텐츠는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 역시나 기대보다 나태했던 달. 

2월 읽듣보 타임라인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하루에 한 단편씩 아껴서 봤다. 적잖이 판타지스럽고 그 않에 꼬집을 만한 현실은 잔뜩 들어있는 '영원히 77 사이즈'. 읽으면서 뭔지 모를 쾌감이 있었다. 작가의 말에 있는 "곶감은 언데드야!"라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유쾌하다 유쾌해. '해피 쿠키 이어'는 판타지스러운 설정 외에 더 판타지 같은 남자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이혼 세일'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혼 세일 안의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마와 모래'를 보면서는 작가님의 더 긴 호흡의 글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외된 것들, 쉽게 지나치는 것들, 자연스러운 줄 알고 넘어가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역설적인 것들을 유쾌하게 풀어간다. 그 무거운 주제들이 다 들어 있는데, 유쾌하고 술술 읽힐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제는 주저 없이 작가님의 책을 먹어 치워 나가야지!

 

#맨인블랙 인터네셔널

사실 이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설정인지, 이 버전의 영화가 스핀오프인지 뭔지 몰랐다. 넷플릭스에 떴고, 토르와 발키리가 투탑으로 나온다니 봤다. 크리스 햄스워스도 좋고, 테사 톰슨은 더더 좋아하기 때문에 별로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근데 약간... 뭐랄까... 토르와 발키리 미래 버전 2차 창작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전도 너무 예상 가능하고, 캐릭터들이 특별하게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킬링타임용 영화였다. 중간중간 섞인 유머 코드도 토르와 발키리의 것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얼른 토르 4가 나왔으면 좋겠다. ^^.

 

#주토피아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나오면 그냥 보게 되는 주토피아. 영화채널 돌리다가 꼭 멈추게 되는 무한 복습 영화들이 있는데,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독보적이다. 이번 달에도 한 번만 본 게 아니다... 세 번은 본 것 같은데? OST만 나오면 채널을 돌릴 수가 없다. 닉주디 제발 연애했으면ㅜㅜ 주토피아 2가 제발 나왔으면ㅜㅜㅜ 

 

#반지의 제왕 3 왕의 귀환

기생충 수상을 앞두고 방구석 1열에서 아카데미 특집을 했던 것 같다. 그린북이 나왔는데, 영화 외적으로 비고 모텐슨을 보고 혼자 추억에 젖었다. 나한테 '비고 모텐슨=아라곤'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해리포터보다 더 좋아했던 반지의 제왕이었는데. 남들 다 레골라스 좋아할 때 혼자 앓던 아라곤이었는데! 그린북에서의 캐릭터와 연기와는 별개로 리즈시절 아라곤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본 왕의 귀환. 거기에 초점을 두고 본 결론은 아라곤 시절도 그렇게 젊지는 않았었구나ㅎㅎ. 그래도 이 사람이 저 배 나온 아저씨라니 믿을 수가 없다.

 

#두 교황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처음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 홍보 영상을 봤을 때는 이 영화가 다큐인 줄 알았다. 배우의 싱크로율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는 영화를 보면서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교황의 대화 씬들이 모두 좋았다. 두 배우의 힘과 대사 핑퐁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규율과 전통, 진보와 개혁, 부패와 변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함께 축구를 보는(정말 하필이면 아르헨티나 vs 독일) 장면까지 완벽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소니가 작정하고 만든 것 같다. 재밌기도 재밌는데 영상이 엄청 화려하고 볼만했다. 온통 눈 아픈 색감이 화려하게 이어지는데 엄청 잘 빠졌다. 차원이 하나가 아니고, 스파이더맨도 하나가 아니라는 새로운 설정과 풀어나가는 방식도 괜찮았다. 영상 때문인지,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웃집 토토로

넷플릭스에 지브리 영화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토토로는 캐릭터는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익숙하지만, 정작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다. 내가 아는 건 토토로=캐릭터 토토로뿐이었다. 그래서 본 영화는 잔잔하고 서정적이었다. 아이들의 눈에만 보인다는 그 검은 뭉치들과 숲의 주인 토토로. 토토로를 보려고 본 영화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이 시골집 정원을 뛰어노는 장면들이 좋았다. 이번 달은 생각보다 알찬 넷플릭스 생활을 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두께에 선뜻 구매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전자책으로 사서 읽고 있는데, 작가님의 솔직한 글들이 너무 좋다. 하루 걸러 한 에피소드마다 큭큭거릴 부분들이 있다. 큭큭거리는 이유는 너무 나 같아서다. 폭풍 공감하면서 소중하게 읽고 있다. 자발적인 연재 노동자라는 작가님의 셀프 호칭마저도 좋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과 정제되지 않은 글들에 더 끌리는 요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딱히 꽂힌 드라마 없이 올해 1,2월을 보내고 있었다. 작년 초 열심히 봤던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에 또 책쟁이 남주가 나오는 드라마가 나왔다. 처음 볼 때는 두 배우의 기존 이미지와 드라마의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서 적응이 안됐다. 세상에 서강준 같은 얼굴이 주인인 책방에 손님이 없다니? 박민영이 알바인 서점에 아무도 안 오다니?????라는 드라마 설정과 부딪히는 생각들에 집중이 어렵기도 했다. 또 배경은 좀 더 추워 보이는데 너무 춥지 않은 겨울을 지나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시기적으로 좀 아쉽다 싶은 느낌이 있었다. 근데 드라마 특유의 따뜻한 느낌에 스며들었나 보다. 앞으로 챙겨보게 될 것 같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