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2 :: 항암(5-FU) 부작용과 대처 방법(2)

2020. 3. 8. 22:14투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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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 [투병일기] - F/26 위암 투병일기 #11 :: 항암(5-FU) 부작용과 대처 방법(1)

 

F/26 위암 투병일기 #11 :: 항암(5-FU) 부작용과 대처 방법(1)

전신 항암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부작용들과 나름의 대처법을 정리해 봤다. 항암 약에 대해서 사람마다 모두 반응이 다르고 그 정도도 다를 텐데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항암 스케줄은 복부항암(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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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문제

항암 시작 전에는 이런 문제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문제들이 쏙쏙 나타났다. 신경계 쪽 문제도 그랬다. 2회 차 진행할 때쯤 손 끝이 저릿저릿 조금씩 아파왔다. 단순히 혈액순환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추운 겨울에 얼었다가 애매하게 녹은 것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이 이어졌다. 나중에는 아무리 손을 주무르고 따뜻하게 해도 저릿한 느낌이 계속됐다. 가끔 손이 떨렸고, 연필을 제대로 쥘 수 없었다.

발은 가끔 저린 정도였는데, 발바닥 전체가 내려 앉는 것 같은 통증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처음 수술을 하고 나서부터 제일 많이 했던 게 발마사지였는데, 혈액순환이 안 돼서 발이 차가울 때도 도움이 됐고 통증이 있을 때도 도움이 됐다. 발마사지는 가스가 많이 찰 때도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족욕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지금도 족욕은 하루 루틴에 꼭 들어간다. 

*반신욕도 생각으로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직은 뜨거운 물 안에 들어가 땀을 뺄 만큼의 체력이 되질 않는다. 5분만 있어도 기절할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어지러워서 몇 번 시도해 보다가 족욕만 하고 있다.

해결법은 역시 약이었다. 뉴론틴 100mg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400mg*2알을 하루 세번 먹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문제가 계속 돼서 신경과 연계해서 검사를 해 보기도 했다. 전기로 여기저기 아무리 찌릿찌릿해도 '아' 소리를 낼 정도의 느낌이 안 왔다. 아무 느낌 없이 그 검사를 진행하고 나니까 약이 폭발적으로 늘어 버렸다.

신경계 쪽 문제는 항암이 끝나도 오래간다고 하셨는데, 약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잡혔다. 적어도 3년은 고생할 거라고 하셨는데, 허허. 하하. 그래도 이제 글씨는 쓸 수 있다.

하루에 먹었던 약들

 

구내염 / 백태

약이 정말 온 몸에, 하다 못해 혓바닥에도 영향을 준다. 전신 항암 주사를 맞기 시작하기 무섭게 혀에 백태가 끼기 시작한다. 구내염까지 올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입 안이 모두 허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항암 중에 생기는 백태는 아무리 칫솔질을 해도, 혀 클리너를 사용해도 벗겨지지 않았다. 식욕도 없고, 뭘 먹지도 못하고 구토만 하는데 계속 입 안이 찝찝하다. 

이런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가글을 처방해 준다. 그날 하루 동안 쓰는 가글로 무색무취로 큰 통에 조제된 걸 받았다. 정말 신기하게 처방받은 가글을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백태가 벗겨진다. 입원 때마다 기존 가글도 꼭 챙겨 갔는데, 그걸로는 역부족이다. 꼭 처방받은 가글을 써야 한다. 수시로 계속해 주는 게 좋다. 유통기한도 하루기 때문에 마구마구 써야 한다.

문제는 입 안이 한번 이 난리를 치고 나면 정말 순수한 혀가 된다. 거의 신생아 수준의 혀다. 조금만 자극적이거나 매운 걸 먹으면 엄청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속세 음식에 대한 적응력이 얼마나 빠른지, 퇴원 후에 조금씩 뭘 먹다 보면 금방 돌아오는 것 같다.

 

불면

불면은 아직까지도 괴로운 증상 중에 하나다. 아프기 전에는 기절하듯 잠에 들 만큼 늘 일을 하거나 공부를 했고, 잠잘 시간만 있다면 잤다. 불면이란 게 뭔지 몰랐는데, 항암을 하면서 처음으로 불면이 이렇게나 힘들고 괴로운 건지 알게 됐다. 너무 피곤하고 아픈데 잠마저 오지 않는다. 병원에 있을 때는 밤에 발작이 나고 아프면 진정제를 맞았고, 약 기운이 있는 동안에는 잘 수 있었다. 문제는 퇴원 후에 집에서 잘 수 없는 문제였다.

이 문제 역시 수면제 처방을 받는다. 수면제는 정말 잠이 안 오는 날만 복용하려고 하는데, 가끔 수면제를 먹고 내 기억에 없는 일을 할 때가 있어 무섭다. 수면제를 먹은 뒤에 갑자기 식욕이 미친 듯이 생길 때도 있고, 수면제를 먹고도 잠이 안 올 때는 정말 괴로운 날도 있다. 향정 쪽 약이 무섭다는 걸 늘 생각한다. 최대한 먹지 않고 자려고 한다. 잠이 안 오는 문제보다는 밤에 통증이 너무 심할 때 먹고 자는 용으로 늘 아껴두게 되는 것 같다. 

 

호르몬 문제

2차 때부터 생리가 끊어졌다. 항암을 하는 중 자연스러운 일이고, 생리까지 하는 것보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어떤 면에서는 편할 수 있다. 근데 그냥 생리불순 정도의 문제가 아니어서 문제가 된다.

엄마가 갱년기를 겪으면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나한테 모두 그대로 나타났다. 그중 체온조절 문제가 가장 컸는데, 너무너무 덥고 너무너무 땀이 나고, 잠에 자려고 하면 등이 뜨거워져서 타는 것 같았다. 어느 시점부터는 퇴원해서 있을 때 가장 힘든 문제가 체온 조절 문제였다. 시도 때도 없이 덥고 식은땀이 미친 듯이 났다. 전신 항암을 끝낸 뒤에도 생리가 돌아올 때까지 체온조절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밖에 나가는 게 힘든 이유도 이거였다. 조절이 안 되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 누워서 쉬어야 하는데 아무데나 누울 수 없으니 문제였다. 

한 여름 병원에 에어컨이 돌아가도 작은 개인 선풍기를 들고 다녔다. 열이 나지 않아도 아이스팩을 밤에 베개에 대고 잘 때도 많았다. 전신항암 끝나고 두-세 달 정도 뒤에 생리가 돌아왔고, 그러면서 체온 조절 문제는 확연히 좋아졌다. 체온조절에는 뭐 약도 없고, 그냥 몸으로 견뎌야 하는 거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손발톱 약해짐 / 기미 등 피부로 나타나는 문제

어떤 분들은 손발톱이 까매진다는데, 나는 손발톱이 까매지지는 않았고 줄이 생겼다. 이 줄이 생긴 부분이 약해져서 손톱이 자라면 잘 부서졌다. 아픈 중에 다른 증상과 부작용에 비하면 엄청난 문제는 아니지만, 손톱은 맨날 보이다 보니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이것 때문에 입원할 때 꼭 손톱깎이를 챙겨서 다녔다. 전신 항암이 끝나고 부터는 건강한 손톱이 자라고 있다.

병원 안에서만 생활하고, 주사로 항암을 하는데도 피부에 기미가 쏙쏙 생긴다. 할 수 있는 건 항암 할 때 선크림을 바르거나 기미 크림을 챙겨서 바르는 거였는데, 너무 아파서 얼굴 신경 쓸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조금 회복된 뒤부터 챙겼는데, 항암 끝나고 나서 많이 좋아졌다. 어떤 항암약은 피부가 까매지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더 창백해졌던 것 같다. 

사진으로는 흐릿해 보이지만 거칠거칠하고 선명한 줄들이 그어졌다.

 

잦은 기절 / 쇼크

모든 사람이 겪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항암을 하는 중 한 회차에 한 번은 제대로 기절했다. 주로 화장실 다녀오면서 기절을 하거나, 화장실에서 기절을 했다. 사람이 잘 먹고 화장실 잘 다니고 하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이란 걸 알았다. 항암 후반에는 화장실에 엄마가 동행해야 할 정도로 잘 걷지 못했고, 화장실에서 기절하는 경우가 잦았다. 몇 초 동안 의식을 잃는 건데도, 엄마 말에 의하면 눈이 뒤집히고 순간적으로 팔이 뒤틀려 버렸다고 했다. 병원에 있을 때는 바로 의료진들 도움을 받고, 대처로 빠르게 할 수 있었는데 집에서는 늘 더 조심스러웠다.

위를 절제한 상태기 때문에 항암의 모든 부작용과 함께 덤핑증후군 증상이 늘 함께 있었다. 집에서는 먹고 나서 순간적으로 쇼크가 오거나 기절하는 경우가 있었다. 식탁에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소파에 있고 가족들이 전부 내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고 그랬다. 제일 많이 당황스럽고 눈물이 나는 게 기절한 뒤였던 것 같다. 정말 무기력해지고 무서운 기분이 든다.

혈압계를 샀고, 혈압을 체크하는 일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대처의 전부였다. 그리고 힘들 것 같으면 바로 누웠다. 전신 항암 끝나고 체력이 좀 올라오고부터는 기절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무기력감과 우울감

몸이 아픈 게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거나 곧 우울감으로 빠지는 것 역시 힘들었다. 항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먹거나 맞는 모든 약들은 통증은 잡아줄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무기력감을 느끼게 한다. 전적으로 약의 부작용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부정적인 생각만 지배적으로 들 때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창문만 보면 뛰어내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가족들과 말을 하는 것도 싫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구의 위로와 연락도 받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연락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항암과 정신과적 문제는 동반될 수 있고, 더 증상이 심하신 분들은 약의 도움을 받기도 하시는 것 같다. 난 그냥 우울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눈물이 나면 울었다. 몸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기분 전환을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그동안 보지 않았던 것들을 보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보고 갖고 싶었던 것들을 사고 그랬다. (이런 면에서 보험을 미리, 그리고 내 나이 치고는 엄마 말 따라 많이(?) 들어놨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아픈 와중에 보험금이라도 들어오면 기분이 좋았다. 금전적으로까지 문제가 됐다면 정말 더 끝도 없이 우울했을 것 같다.) 

복용하는 약들의 설명은 읽기만 해도 무섭다.
부작용을 잡는 약들의 부작용도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그냥 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먹어야만 하는 약들이 기분을 다운시키는 약들이니까, 내가 이렇게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도 다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아픈 것만큼이나 내 마음을 다잡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도 항암 치료하고 나온 한 주 동안은 무기력감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이 일주일은 그러려니'하게 된 것 같다. 아픈 모든 사람들이 투병에만 온전히 신경을 쏟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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