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1 :: 항암(5-FU) 부작용과 대처 방법(1)

2020. 3. 6. 17:01투병일기.

전신 항암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부작용들과 나름의 대처법을 정리해 봤다. 항암 약에 대해서 사람마다 모두 반응이 다르고 그 정도도 다를 텐데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항암 스케줄은 복부항암(팍셀주) 3시간 투약 하루, 전신 항암(5-FU) 1팩 24시간 투약*5팩(5일 소요)으로 한 번 입원하면 기본 7박 8일 주사를 맞는 스케줄이었다. 부작용은 1차 이후부터 쭉 있었고 전신 항암 마지막 6차에는 정말 컨디션이 안 좋았다. 부작용이 누적됐던 순서대로 정리를 해 봤다.

 

오심, 구토, 식욕저하

오심, 구토, 식욕저하는 거의 모든 항암에 따르는 부작용인 것 같다. 주사를 맞는 내내 오심과 구토로 가장 힘들었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1~2주 동안에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하루에 셀 수도 없게 구토를 했다. 아무것도 나올 게 없을 때는 초록색 빛이 섞인 위액을 토했다. 이 정도가 되면 식도가 타 들어가는 것처럼 아프고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물만 마셔도 토하고, 냉장고를 여는 냄새에도 구토했다.

1. 오심 부작용 약

정말 다양한 약들이 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맞는 약을 찾으려고 계속 바꿔서 맞아 봤고, 거의 모든 약을 써봤다고 했다.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주사도 먹는 약도 어떤 약도 듣지 않았다. 그래도 주사를 맞는 약을 찾으면 한 두 시간 정도 가라앉기도 한다. 어떤 오심을 잡는 약은 그 약의 부작용도 오심이 나는 거여서 맞고 나서 더 힘든 경우도 있었다. 어떤 약이 맞는지 본인과 보호자가 잘 챙기고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2. 갈아만든 배, 보리차, 생과일주스

오심의 증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뱃멀미의 몇 배, 울렁거린다, 숙취의 몇 배..? 뭐로도 만족스럽게 표현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런 증상들의 몇 배 몇 만 배의 느낌이다. 처음에는 자몽주스처럼 상큼한 걸 마셔 봤는데, 위를 절제한 상태여서 그런지 속이 좀 쓰렸다. 그때 생각난 게 갈아 만든 배(ㅋㅋㅋㅋㅋㅋ). 항암 하기 전에 사실 한 두 번 정도 마셔본 게 다였는데, 문득 남자친구가 숙취 뒤에 갈아만든 배를 마시면 좀 풀린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마셔봤는데 꽤 괜찮았다. 담즙 같이 초록색액을 토해내고 난 뒤에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을 때도 마셨다.

보리차는 생수를 마시는 게 울렁거리고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쭉 마시고 있다. 설사가 심하거나 할 때도 도움이 됐다. 생과일주스는 피 수치가 자꾸 떨어지고 어지러워서 마시기 시작했다. 엄마가 집에서 하나하나 닦고 갈고 거르고 했다. 뭘 먹을 수 없으니까 이거라도 마셨다. 거의 마시는 모든 걸로 연명했던 것 같다. 

3. 산림욕

퇴원을 해서 휴지기에도 힘든 건 오심이다. 시도 때도 없었다. 이럴 때는 조금이라도 공기가 좋은 곳에 가는 게 도움이 됐다. 이것도 컨디션이 좋아야 갈 수 있지만, 일단 가면 확실히 오심이 좀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사 / 변비

항암을 하면 사람에 따라서 변비가 올 수도, 설사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주로 설사가 심했다. 퇴원해서 뭘 먹기 시작했을 때 구토는 잡혀도 설사가 잡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약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면 자연스럽게 잡히기도 하지만, 며칠 동안 오심과 설사, 구토가 지속되면 삶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지기 때문에 약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증상이 있다고 말하면 적절한 약을 처방해 준다. 이런저런 증상에 모두 약을 쓰기 때문에 항암 하고 퇴원할 때마다 약이 산더미다. 심할 때는 설사를 할 때마다 지사제를 먹으라고 하셔서 하루에 몇 알씩 먹을 때도 있었다. 

몸이 약해지니까 나중에는 항생제가 들어가기만 하면 구토와 설사가 있었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빠져나갈 만큼 빠져나가야 하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은 보리차 열심히 마시기였다.

 

혈구 수치 감소

5-FU의 가장 끔찍한 부작용은 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문제 같다. 가장 끔찍한 이유는 내가 정말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고, 퇴원을 할 수 없고,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혈구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게 보통 24시간짜리 약을 5일째 다 맞고 난 밤인 것 같다. 늘 이때 가장 아팠고, 이때마다 아티반을 맞아야 진정이 될 정도였다.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오고 이 증상 때문에 발작이 있었다. 

피 수치가 다 떨어져서 수혈을 받아야 할 때도 있었고, 열이 올라서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 정도로 아팠을 때의 기억은 거의 날아갔다. 정말, 정말 사람이 혈구 수치를 유지해야 살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일요일 밤에 끝나면 월요일 새벽에 하는 피검사에 바로 피 수치가 떨어져서 2차 항암부터는 거의 2주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 만약 퇴원을 한 상태에서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면 꼭 응급실을 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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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6 위암 투병일기 #8 :: 항암 후 혈수 수치 감소, 응급실 & 재입원

병원에서 1차 항암 주사를 맞을 때까지만 해도 못 견디게 힘든 느낌은 아니었다. 문제는 퇴원 후였다. 병원에서도 뭘 먹을 수 없었는데, 퇴원 후에 집에 왔을 때는 오심, 울렁거림이 너무 심해서 정말 아무것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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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탈모는 1차 항암 끝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급속도로 시작됐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잘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사타구니, 머리, 눈썹 가리지 않는다. 나는 사타구니 > 머리 > 눈썹 순서였다. 탈모와 삭발 관련 얘기는 길어져서 따로 포스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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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잦은 기절, 호르몬 문제, 호르몬 문제 때문에 이어진 체온 조절 문제, 손 저림 등 신경계 문제, 구내염, 불면, 손발톱 약해지는 문제와 기미 등 피부로 나타나는 문제, 항암 부작용과 같이 문제가 된 덤핑증후군 문제 등이 있었다.

적어 나가다 보니 새삼 어떻게 버텼는지 신기하고 온 몸이 문제였단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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