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3 :: 3차 항암, 엄마의 간병노트

2020. 3. 9. 21:34투병일기.

1차 항암, 2차 항암 글에서 이어집니다.

2020/02/27 - [투병일기] - F/26 위암 투병일기 #7 :: 1차 항암(5-FU, 팍셀주), 부작용

 

F/26 위암 투병일기 #7 :: 1차 항암(5-FU, 팍셀주), 부작용

위 절제 수술 후에 항암까지 4주 정도 텀을 뒀다. 처음엔 집에서 꼼짝도 못 할 것 같았는데, 그 사이 조금씩 밖에서 걷고 카페나 외식(정말 신중히. 먹고 탈 나면 바로 화장실행에 몸져누워야 해서.)을 할 정도까..

mmmolip.tistory.com

2020/03/03 - [투병일기] - F/26 위암 투병일기 #9 :: 2차 항암, 탈모 시작

 

F/26 위암 투병일기 #9 :: 2차 항암, 탈모 시작

집에서 딱 일주일을 쉬고 다시 입원했다. 다행히 1회 차 항암 후에 응급실 가고, 떨어진 면역력 올리고 퇴원한 후에는 컨디션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숨 막히고 전혀 못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은 백혈구 수치가 떨어..

mmmolip.tistory.com


집에서 9일을 쉬고 다시 입원했다. 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면역력 문제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집에서 보낼 수 있는 날이 줄어든다. 허락된 시간 동안 컨디션을 바짝 올리고, 다시 항암을 하러 들어가야 한다는 게 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병원에서의 하루하루는 정말 시간이 안 가는데, 집에서 보내는 일주일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병원 짐을 풀 필요도 없어졌다~_~.

3차 항암은 3월 31일에 입원해서 4월 12일에 퇴원했다. 

복부 항암(팍셀주) 하루, 전신 항암(5-FU) 24시간 짜리를 5일 동안 맞고 나서 4월 8일부터 면역력이 떨어졌다. 면역력을 올리는데 5일이 걸린 셈이다. 점점 백혈구들이 살아나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 1, 2차 항암을 하는 동안 체중도 쭉쭉 떨어져서 이제 43kg 정도가 됐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엄마의 간병노트

2회 항암을 진행할 때부터 노트를 쓰기 시작한 엄마는 3차 때 본격적으로 노트를 시작했다. 간병을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도움이 됐고, 나중에는 의료진도 노트를 확인하기도 했다. 항암 회차를 거듭할수록 내 상태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어떤 약을 맞았을 때 반응이 있었는지, 뭘 먹었는지, 하다못해 화장실을 잘 갔는지조차 기록해 놓는 게 도움이 됐다. 

월요일 백혈구가 700이어서 금방 올라올 줄 알았는데, 다음날 더 떨어졌다.... 진짜 몹시 우울.

노트를 봐도 알 수 있는데, 일요일이 항상 제일 힘들었다. 일요일 밤이 오는게 항상 무서웠던 것 같다. 오심, 몸 비틀림, 가슴 답답. 그냥 이렇게 글로 쓰기에는 억울할 정도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날은 구토만 했나보다.

혈구 수치가 감소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핸드폰도 들기 힘들었다. 물만 마셔도 토하고, 주사도 잘 듣지 않고 그냥 몸이 이겨내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새벽에 한 피검사 결과로 꼬박 하루를 더 입원해야 하고, 다음 날 수치가 오를 거라는 확신도 없어서 더 우울했던 것 같다. 혈구가 죽었을 뿐인데,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말하는 것조차 힘들다니. 

선생님은 왜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 하냐고 했지만, 너무.... 너무 집에 가고 싶어요...ㅜㅜ 아파서 기어도 집에서 기어 다니고 싶어요... 

이 날도 약맞고 구토하고 약맞고 토하고.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고, 발열이 있어서 이제 해결제까지 추가가 됐다. 맞을 수 있는 주사를 다 맞고도 계속 구토. 열까지 오르면 정말 최악이다.

뉴케어는 살려고 마셨지만, 마시면 정말 속이 불편했다.

영양제를 맞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해도 살 수는 있지만, 혼자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든 상태가 된다. 뉴케어는 단백질 보충용으로 추천을 받았지만, 모든 맛을 먹어 봐도 맛이 문제가 아니라 속에서 받지 않았다. 되직한 느낌인데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서 잘 마시지 않게 됐다. 필수품이라고 생각해서 묶음으로 구매 했지만 결국 몇 개 먹지 못했다. 먹기만 하면 토하니,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조혈제 주사는 정말 묵직하게 아픈데, 가끔 체온이랑 비슷하게 올려서 맞으면 덜 아프다고 손으로 열심히 비벼서 놔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면 너무너무 고마웠다. 사소한 배려에 더 더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틀 뒤엔 수치가 갑자기 급 올라서 퇴원할 수 있었다. 아침마다 수치 결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떨리던지. 이번 휴지기는 정말 딱 일주일 주어졌다. 일주일 동안 할 일은 열심히 고기 먹고 열심히 몸만들기. 정말 하루하루 쉽지 않다. 그래도 전신 항암 절반을 했다는 게 기뻤다.

* 궁금하신 부분은 댓글 남겨 주세요.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답변드리겠습니다:)

*'공감' 버튼은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