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6 :: 5차 항암 / 면역력 저하와 발열, 수혈까지

2020. 4. 1. 22:37투병일기.

4차 항암 후에 집에서 딱 7일을 쉬고 다시 입원했다. 점점 눈 깜짝하면 휴지기가 지나가 버렸다.

5차 항암 입원 기간은 5월 12일부터 24일까지였다. 6번의 전신 항암 중 가장 힘들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입원이기도 했다. 실제로는 후반엔 너무 힘들어서 거의 의식이 없을 때가 많았고, 너무너무 아팠던 날은 거짓말처럼 기억이 훅 날아가 있기도 하다. 

#5차 항암

4차 때도 그랬지만, 5차 항암을 하러 들어왔을 때도 피수치가 썩 좋지는 않았다. 집에서 고작 일주일 쉬었고, 그나마도 제대로 먹을 수 있었던 게 3~4일뿐이었으니까 몸이 좋아질 수 없었다. 그래도 5번을 하면서 몸도, 항암 루틴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주사를 맞는 동안에는 앞선 회차보다 수월하게(?) 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수월하다고 느꼈던 건 그만큼 부작용을 해결할 약들도 더 쎄게 들어갔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5차 6차에는 마약류 진통제들을 정말 자주 맞았다. 절대적인 양이 크게 늘어난 건 아니었는데, 너무 시간 단위로 통증이 심해서 용량을 나눠서 자주 맞았던 것 같다.

 

#항암 중 기절

이전 회차에도 종종 기절을 했지만, 기절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어느 정도 내가 내 상태를 수습한 이후에 정신을 놓아버린 거여서 그렇게까지 공포를 느꼈던 적은 없었다. 근데 5차 항암 중에 한 기절은 너무너무 무섭고 다시 기억을 곱씹으면 막 눈물이 나고, 무력감이 들어서 퇴원 후에도 엉엉 울 정도였다.

이전 회차에서 이쯤 혼자 화장실을 갔다가 기절한 적이 있어서, 엄마가 꼭 화장실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몸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엄마한테 마지막 했던 말은 '엄마 나 안 될 것 같은데' 였는데, 일어나 보니 침대에 옮겨져 있었다. 

눈이 뒤집히면서 바로 팔이 뒤틀렸다고 한다. 막상 정신이 들었을 때 너무너무 무섭고 무력감이 들었는데, 지켜봤을 엄마도 너무 무서웠을 것 같다.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없는 것, 언제 기절할지 모르는 것 모두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차마 엄마한테 이런 게 무섭다고 말하는 게 더 엄마를 힘들게 할까 봐 말도 못 하고, 퇴원 후에 이모를 붙들고 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종종 샤워하다가 이때 생각이 나면 아직도 막 눈물이 나고 그런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래서 속상하고 무섭고 한가보다. 쓰면서 또 눈물 나ㅜㅜㅜㅜㅜ

5-FU 5번째 팩을 맞을 때 쯤엔 역시 구토와 약 구토와 약을 반복했다. 목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다. 그리고 역시 바로 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퇴원할 수 없었다.

혈구 수치만 떨어지면 올라오길 기다리면 되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열이 막 올랐다. 그냥 아이스팩을 하는 것으로는 떨어지질 않았다. 

39도 넘어갔을 때는 정말 기억이 없다. 그냥 아팠다는 것,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 외엔 기억이 없어졌다. 다시 생각해 보면 아, 이렇게 아플 수도 있구나. 지금까지 힘들고 아팠던 게 또 별게 아니게 느껴질 만큼 이렇게 아플 수도 있구나 싶다. 

구토와 열의 반복. 너무 구토를 많이 해서 목이 아팠다. 초록색 위액을 토할 때가 되면 정말 차라리 아무 약이나 맞고 잠들었으면 싶게 된다. 열이 계속 나는 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원인이 뭔지 파악해야 하는 일이어서 계속 검사를 했다. 그리고 항암 끝난 후 4일 째인 목요일까지도 혈구 수치가 270 언저리였다. 혈구 500 이하면 정말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번엔 수혈이 필요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혈을 받았다. 두 팩을 맞아야 했다. 물론 주사로 들어가는 피가 느낌이 특별히 있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피를 맞는 기분은 확실히 이상했다. 

 

그래도 정말 신기하게 열이 잡히고, 수혈하고 하면서 정신이 들었다. 부작용이 안 나서 다행이다. 항상 치료는 필요하고, 그 치료가 가져올 부작용이 뭔지 알 수 없는 게 무서운 것 같다. 초반에 검사할 때 없었던 조영제도, 전신 항암 이후에는 예민하게 반응이 나고 1년 반 째인 지금까지도 조영제 맞은 날 컨디션이 너무너무 안 좋다. 새로운 약을 먹을 때, 새로운 치료를 받을 때 점점 더 예민해진다.

다시 보니 수혈 끝난 후엔 뭘 먹기도 했다. 아직까지 날 먹여 살리고 있는 소중한 감자, 고구마. 그리고 항암 내내 생명수였던 갈아 만든 배. 

그리고 6차를 기다리는 마음은 엄청 초조했다. 빨리빨리하고 빨리빨리 전신 항암 끝내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