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7 :: 6차 항암, 항암 후 내시경/CT/PET-CT

2020. 4. 8. 23:04투병일기.

집에서 또 딱 일주일을 쉬고 6월 2일에 다시 항암 하러 입원. (아마도) 마지막 전신 항암이라 나름 신이 났다. 이 휴지기에는 처음으로 집 밖에서 쉬었다. 휴식형으로 템플스테이 참여해서 쉬었는데 컨디션이 좋았다. 절밥이 그렇게 입에 맞을 줄이야ㅎㅎ. 집에서 그냥 쉴 때보다 훨씬 많이(?) 신나게 먹었던 것 같다. 산 속이고, 공기도 좋아서 그런지 오심도 나지 않고 잘 쉬었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이 좀 괜찮은 상태인 줄 알았는데! 

입원하자마자 피검사를 해 보니 피수치 950. 기준인 1000에 모자라는 수치였다. 바로 조혈제 처방... 그래도 조혈제를 맞으면 올라올만한 수치고, 복부 항암은 조금 수치가 떨어진 상태에서도 진행할 수 있어서 딜레이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수치랑 별개로 내가 느끼는 컨디션은 꽤 괜찮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6차 항암

6차 항암은 마지막 항암이라는 내 기대치랑 신나는 기분과는 다르게 가장 힘들었던 항암이었다. 입원 기간도 6월2일부터 17일까지 2주가 넘는 기간이 걸렸다. 마지막 항암이기 때문에 항암 끝나고 내시경, CT, PET-CT를 했어야 했는데 수치가 올라와야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한 번에 맞는 양을 줄여서 아플 때마다 아티반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전신 항암 시작하자마자 백태가 생기고 없어지지 않아서 가글도 처방을 받았고.

 

그래도 5차까지는 전신 항암 끝난 시점부터 견딜 수 없게 힘들었었는데, 6차는 주사를 맞는 내내 구토하고 내내 가슴이 옥죄고 답답했다.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고, 그만큼 마약성 약도 많이, 자주 필요했다. 

그리고 항암 끝나자마자 역시 떨어진 혈구 수치. 첫 날 170이었다. 더 떨어질 게 없는 수치인 것 같았고, 조혈제 맞고 하면 금방 오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요일에 혈구 수치 '30'... ㅎㅎ.ㅎㅎㅎㅎ.... ㅎㅎㅎ.... 

항암을 진행하던 중에 가장 많이 떨어졌던 때다. 의사도 가까이 오지 않고 멀리서 말하던 때. 별로 기억도 없다. 항암 후 혈구 수치가 떨어졌을 때 가장 힘든 게 딱히 뭘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하루에 조혈제 하나 맞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다. 

다음 날 혈구 수치 '50'...

주사 맞고. 넘어가지 않는 것도 먹고, 수치 오르려고 나름 노력노력노오력을 했는데 겨우 20 올라서 100도 되지 않을 때 허무함이 어찌나 큰지. 바닥을 치고 오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터무니없는 수치에 힘이 빠졌다.

더디지만 그래도 오르는 수치. 빨리 올라서 빨리 검사하고 빨리 퇴원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올랐다! 검사 가능한 수치가 되는데 딱 5일이 걸렸다. 

#내시경

수면 내시경을 진행했는데, 몸 상태 때문인지 아티반 같은 약을 항암하는 내내 맞아서 그런지 잠이 1도 들지 않았다. 잠이 안 들었는데, 그냥 목으로 호스가 훅 들어와서 어찌나 당황했는지. 내시경 하시는 분들은 잠결에 소리를 내는 줄 아셨는지 그냥 진행했지만'_'.... 먼저 비수면 내시경을 해봤어서 그냥 혼자 멀쩡한 정신인 채로 진행했다. 두 번 조직을 떼는 게 느껴져서 끝나자마자 불안한 마음에 여태 항암 하고 위도 절제했는데 뭘 떼낼 게 있나요? 했지만 '네~ 끝났어요' 하셨던. 잠결에 하는 말인 줄 알았나 보다.

눈도 뜨고 나와서 회복실에서 엄마가 보자마자 '애가 왜 눈을 뜨고 있죠?' 할 때도 '자고 있는 거예요~' 했던. 아니... 저 정신 말짱해요.... 잠 안 들었는데ㅜㅜ 

문제는 내시경 한 이후로 위가 너무너무, 할퀸 듯이 아팠다는 거다. 결국 너무 아파서 이것도 약이 필요했다. 검사만 기다렸는데 검사하고 컨디션이 뚝뚝 또 떨어졌다.

#CT / PET-CT

조영제 부작용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히 없다고 했다.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수술도, 항암도 하기 전 이야기였고. CT 찍고 오자마자 계속 구토하고 설사하고 컨디션이 쭉쭉 떨어졌다. 그런 상태에서 하루 또 쉬고 PET-CT 진행. PET-CT에 맞는 약은 조영제처럼 힘들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때 이후로 3개월마다 CT를 계속 찍고 있는데 부작용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상태다. 여전히 CT 찍고 온 날은 몸이 너무너무 별로다. 

이때는 수치가 올라온 상태에서 검사 진행하고 퇴원을 했는데, 일주일 뒤 외래로 피검사를 해 보니 또 수치가 뚝 떨어져 있었다. 추가로 주사 맞고 쉬어야 하는 상태였다. 주사로 올린 수치라서 언제든 뚝 떨어질 수 있기는 하지만 괜히 혼자 조영제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질문하기 위해 엄마가 차곡차곡 기록했던 것들. 

약을 한 뭉탱이 처방받아 퇴원했고, 대부분 증상에는 약을 먹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내 암 덩어리들 상태는 수술 전에도 CT로는 확인하기 어려웠고, 열고 들어갔을 때 퍼져 있던 걸 발견했기 때문에 항암 후에도 검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복강경으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했다.

수술은 일주일 뒤로 잡았다. 정말 몸 만들 시간은 일주일 씩 밖에 없는 빡빡한 스케줄~_~ 수술 후에 몸 상태를 이미 경험해 봐서 그 상태를 또 겪어야 한다는 게 끔찍했다. 그래도 전신 항암이 일단 끝났다는 기쁨이 컸던 것 같다. 물론 수술 후에 복부 항암을 1년 더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전신 항암만 아니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패딩 입고 입원했다가 나오면 벚꽃 피어있어서 당황하고, 봄옷 입고 들어갔다가 나오면 여름이고 하던 시절이 끝났다. 

어쨌든 6개월 동안 끔찍했던 전신 항암 끝!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