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위암 투병일기 #18 :: 항암 후 수술, 클린! + 추가 항암, 그리고.

2020. 5. 24. 16:42투병일기.

 

*다소 단짠단짠 할 글*

6차까지 전신 항암을 하고 내시경, CT, PET-CT 모두 확인을 했다. 별 다른 이상은 없었고 깨끗하다고. 그렇지만 원래도 시티로 보였던 암이 아니라서 다시 복강경으로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수술을 위해서 또 입원.

(확인을 위한) '수술'이라는 말이 되게 나한테는 가볍고 간단하고 훅 들어갔다가 슥 보고 딱 나오면 되는 일로만 느껴졌다. 약간 이렇게 죽을 것 같이 항암을 했는데 제까짓 것들이 다 없어지지 않고 배겨?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엄청 가볍게 가지고 입원했다. 

그런데 막상 수술실 들어가려니 엄마는 더 손을 꼭 잡고... 정말 눈물이 안 나오다가도 수술실 문 직전에 엄마가 손 잡거나 이마 꾹 짚거나 하면 수도꼭지 대폭발이다. (그리고 요즘은 슬의를 보면서 같이 그렇게 운ㄷr) 그리고 수술 대기실에서 눈물이 아주 그냥 터져버림ㅜㅜㅜㅜㅜ 선생님이 휴지 주고ㅜㅜㅜ 첫 타임 수술은 수녀님이 오셔서 기도해 주시는데, 수녀님 기도에 눈이 아주 붕어싸만코 되어 버렸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수술실 누워있을 때보다 더 무섭고 더 떨리고. 혹시, 혹시?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고.

수술은 잘 끝났고. 교수님도 나와서 웃으면서 깨끗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지 못하게 아주 우울해졌는데, 아주아주 간단할 것 같았던 그 수술이 너무너무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6차까지 항암을 하면서 몸무게는 40kg가 됐지... 근육이 몸에 있을 리 없고, 체력도 일도 없는 상태였던 걸 까먹고 있었던 것 같다.

확인하려고 뒤적뒤적한 내 장기들이 다 우르르륵 우르르륵 제 자리가 아닌 곳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 복강경 수술이라 이틀 만에 퇴원하긴 했지만, 집에서도 내 생각만큼 몸이 가볍지 않으니까 한동안 우울하게 누워있었다. 그동안 맘 썩이던 암도 이제 없는데, 생각처럼 몸이 빨리, 마법처럼 돌아오지 않는 게 속상했던 것 같다. 

우울할 땐... 새 가발...

우울할 땐.... 넷플릭스...


결과가 클린하다고 했지만, 워낙 젊은 나이게 생기는 암들은 빠르게 크고 여기저기로 가기도 해서 1년 동안 복강 항암을 더 하기로 했다. 

복강항암 스케줄은 하루 진행하고, 3주 휴지기를 같은 사이클이고 3개월마다 CT 찍어서 추가 관리를 하기로 했다. 복강 항암은 빨리 끝나고, 후유증도 별로 없어서 비교적 가볍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것도 항암이기 때문에 하고 난 뒤 일주일은 가스도 많이 차고 몸도 무겁고 힘들고 그렇다. 

9개월 동안 복강항암하면서 추가로 체크할 때 별로 문제가 없었고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갈지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일상에는 코로나가 찾아왔지만, 어쨌든 나는 작년과 올해는 나름은 안식년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복강항암 3번 남기고 찍은 CT에서 난소에 혹이 보였다. 예정대로 항암을 하고, 부인과 협진으로 본 초음파로는 한 2주 사이 혹이 훅 더 커져 있었다. 그래서 MRI. 결과는 10센치 정도의 혹이 자라고 있었다. 난소 양쪽에서도 모두. 전이였다. 모두 절제해야 하고, 앞으로는 또 항암을 해야 하고.

그래서 5월 내내 병원에 있는 중... ㅜㅜ 으을하다 으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