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문화생활 결산

2020. 2. 3. 00:45기록.

작년부터 넘버스에 따로 기록하고 있는 읽고 듣고 보기 타임라인. 다이어리에 함께 기록하는 걸로는 뭔가 한 눈에 보는 게 만족스럽지 않아서 시작했다. 나름의 규칙은 마음먹고 '봤다!' 싶은 콘텐츠만 기록하고 있다. 내 오랜 취향 상 다시 보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고(N차, NN차의 삶), 스쳐 지나가면서 보는 콘텐츠도 많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만 남기려고 하고 있다.

넘버스로 기록하는 2020 읽듣보 타임라인

 

#피프티피플 #정세랑

여기저기서 정세랑 작가님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엔 작품이 은근히 많은 작가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프티피플은 작년에 좋게 읽은 독립출판 책 '폐쇄 병동으로의 휴가'에 여러번 언급된 책이다. 그래서 첫 책을 피프티피플로 골랐다. 병원을 중심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간다. 누군가는 병원의 구성원이고, 누군가는 병원을 스쳐가고, 누군가는 스쳐간 그 사람을 스쳐가는 사람들이다. 뒤에 어! 이 사람! 하면서 혼자 내적 친밀도가 쌓였던 게 재밌는 경험이었다. 왠지 지금 챕터의 주인인 이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과 스쳐 지나가고 있는 느낌.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 본 느낌. 책의 주인공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각자 인생의 주인공인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름이 각 목차인 것 마저 좋았다. 

다 읽고 바로 작가님의 다른 책을 샀다. 지금 읽고 있는 '옥상에서 만나요.'

 

#뮤지컬 장화신은 고양이 #어린이 뮤지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올해 첫 뮤지컬이 어린이 뮤지컬이 될 줄이야. 아이러니하게 조카보다도 이모가 더 보고싶었던 뮤지컬이었다. 어린이 뮤지컬이라고 퀄리티가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오산. 무대도, 분장 퀄리티도 좋았고, 무엇보다 넘버가 그렇게 힙하고 중독적일 수가 없다. 이전까지 '장화신은 고양이 = 샤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스토리가 이런 스토리일 줄이야. 생각보다 5살이 이해하고 보기에는 어려웠고, 이모는 재밌었다^^. 5살이 된 조카는 2열 통로에 앉은 덕에 고양이 친구들이랑 하이파이브만 열심히 했다는 후기. 이모는 한 번 주먹 콩! 한 것 만으로도 행복해^^ㅎ.

국중박을 정말, 정말정말 오랜만에 갔는데 2시 공연을 보러 온 나보다 전시 관람을 하고 돌아가는 외국인들이 많은 점에 놀랐다. 그리고 국중박 근처엔 정말 너무... 먹을 곳이 없다.

 

#나니아 연대기2_캐스피언 왕자 #나니아 연대기3_새벽 출정호의 항해

영화 채널을 돌리다가 마침 시작해서 봤다. 1편은 보지 않았지만.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를 열렬히 좋아하면서 이름을 안 들어볼 수가 없었던 나니아 연대기. 알고 있는 것은 책이 두껍다는 것과 사자가 나온다는 것 정도였다. 판타지를 좋아하면서도 왜 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취향이 아니었던 걸로. 영화는 액션씬이 저렇게 건전하다고? 싶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종교적인 색체가 짙다는 것은 3편의 엔딩 장면을 보면서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모든 사건사고가 아이들을 위한 교훈을 주기 위한 장치였던 점에서 굉장히 철저하구나? 싶었다.

 

#빨간머리 앤_시즌3 #넷플릭스

시즌 종료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ㅜㅜ 나는 앤이랑 길버트랑 잘 먹고 잘 살고 앤이 학교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까지 봐야 할 것 같은데ㅜㅜㅜ 시즌 1을 보기 시작할 때 생각보다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고 느꼈던 게, 시즌 3까지 오면서 점점 앤의 성장을 보며 뿌듯해지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시즌 1을 보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는데(정확히는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가는게 너무너무, 2편에서 3편으로 넘어가는게 몹시. 그 뒤로는 순삭이었다.) 시즌 3은 이틀만에 다 보면서도 더 없는 게 아쉬웠다. 

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중심이고. 서브가 되는 이야기들, 백인 남성 위주의 권력 중심적인 편견으로 가득 찬 사회에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야기들도 좋았다. 아이들이 다 성장한 것 같아서 어찌나 뿌듯한지. 인디언들 스토리가 제대로 끝맺음 되지 않아서 시즌이 더 나오는 게 맞는 것 같은데ㅜㅜ 제작이 끝난다는 게 너무 아쉽다.

 

#닥터 두리틀

로다주를 보려고 봤다.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건 '댑댑'. 딱 예측 가능하고 딱 예상한 분위기의 가족 영화였다. 홍보 영상을 볼 때는 토니 스타크가 수트 친구들을 버리고 동물들과 돌아온 느낌이었는데, 신기하게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이 있는 느낌이었다. 톰 홀랜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만 알고 봐서 대체 어느 동물이 톰 홀랜드인가...? 했는데 지프(멍멍이)였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데 출연 배우진을 보고 놀랐다. 엄청난 라인업이었잖아? 그런데 인간 캐릭터들은 별로 무매력... 이었고(주인공 캐릭터 조차...) 동물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선 동물들이 다 인간의 언어를 하는 것 같지만, 잘 보면 사실 닥터 두리틀이 동물의 소리를 내는 쪽이다. 그 현장을 온전히 본다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댑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화 후기는 벅찬 마음으로 남겼고. 

2020/02/01 - [매일매일]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이 영화를 더 잊을 수 없는 건 완벽한 '혼영'을 했기 때문. 영화관 안에 사람이 나 뿐이라니, 정말 무섭고(?) 쾌적한 관람이었다. 올해 더 취향을 때리는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면 마음 속 1위일 것 같은 영화.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피프티피플을 읽고 다음 책도 정세랑 작가님의 책이 읽고 싶었다. 더 읽찍 사고 연휴가 끝난 뒤에나 펼칠 수 있었다. 피프티피플과는 물론 또 다른 느낌이고. 옥상에서 만나요는 좀 더 나와 닮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는 중. [효진]과 [알다시피, 은열]이 특히 그랬다. 효진보다 나는 더 도망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알다시피, 은열은 새삼 대학원생이 뼈 맞을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정효만큼이나 은열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면서. 옥상에서 만나요는 읽기 전에는 절대 예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는데, 너무 재밌어서 소리내서 웃었다. 읽는 내내 누구에게 보내는 말일까 궁금했는데, 나도 간절히 그녀가 그 책(?)을 발견하길 바래본다.

얼른 읽고 싶은데, 아까워서 얼른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다 읽기도 전에 또 작가님 책을 준비해 놨지ㅜㅜ 다음은 목소리를 드릴게요다.

 


 

1월엔 감기로 일주일 보내고, 입원해서 시간 보내고, 명절이 겹치면서 많이 보지 못했다. 몸도 안 좋은데 코로나 바이러스 터지면서 예매해 둔 팬레터도 못 보고ㅜㅜ 면역력 쪼랩이는 칩거가 답인 요즘. 2월에는 좀 더 다양하게, 좀 더 인풋을 늘리는게 목표:D